입소생 이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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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작성자 (사)청소년이아름다운세상
- 작성일 20-09-15 16:14
- 조회수 4,432
- 댓글수 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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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날의 필터링
안녕하세요, 저는 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(여자)에 입소해 있는 안00라고 합니다.
저는 가정 폭력 피해자이며 그 이유로 쉼터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. 제가 처음 입소했을 때 담당 선생님과 한 상담에서 저는 그저 죽고 싶다고 말했습니다. 지나치게 오랜 세월을 일방적인 폭력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왔기에 저는 제 감정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.
다만 우울했고 다만 무기력했으며 다만 죽고 싶었습니다.
그러나 쉼터에 온 첫 일주일, 저는 여태껏 제가 검정색 필터를 끼운 채 세상을 암울하게 바라보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.
저는 가정이라는 이름의 우울 공장에서 말 그대로 도망쳐 나왔습니다.
단 한 번이라도 발걸음하기 싫어 족히 10년은 여행 가는 사람 마냥 이민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서요.
저는 그만큼의 기력을 발휘한 제 자신을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.
우울 공장에서 매일 뻐끔 뻐끔 우울을 뱉어내던 저는 그곳을 나와서 제 눈 앞을 가리던 검정색 필터를 벗어 하늘에 붙였습니다.
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 하나 둘을 이루기 시작했지요. 글을 다시 쓰자.
절실했던 나날을 배경으로 다시금 넘실대는 낱말 조각을 손에 쥐었습니다. 적어도 3년 뒤엔 자립을 하자. 무기력하던 제가 발 닿는 대로 면접을 봐 아르바이트에 합격했습니다.
살고 싶은 사람이 되자.
담당 선생님과의 두 번째 상담에서 저는 울면서 말했습니다.
좀 덜 죽고 싶어졌으면 좋겠어요.
그 다음 세 번째 상담,
저는 눈 반짝이며 “쌤 저 살 거예요” 자신있게 이야기했습니다.
세상을 암울하게 보게 만들던 검정 필터는 제 인생의 밤하늘이 되었고, 하나 둘 이뤄간 소원들은 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. 마지막으로, 모두의 행복을 돕자.
그러나 행복이 뭐 별 거 있을까요.
짓밟히고 억눌리고 스러질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나 그럼에도 살아가고, 그럼에도 사랑하고, 그럼에도 웃고. 그게 결국에는 아직은 삶을 지탱할 만큼 행복해서 아닐까요?
쉼터에는 아픈 아이들이 너무나 많고, 저는 그 아이들 하나하나가 가족 같아 마음이 쓰립니다. 단지 혈연관계만이 가족은 아님을 알게 된 게 쉼터에 오고 나서였습니다.
일주일에 한 번은 눈물이 터지는 아이들에게, 저는 아직은 힘이 없지만 언젠가 “나와, 내가 케이크 사줄게. 단 거 먹으면 기분 나아질 거야.”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.
그 하나를 이룬다면 제 생은 곧 수두룩 빽빽이 별빛에 번져 뭉클한 새벽이 될 것 같습니다.
그 다음에는 동이 터오를 테지요. 잔혹한 밤에 태어났으나 별빛 찬란한 새벽으로, 환하디 환해 눈 뜨기 힘든 아침으로. 밝은 햇빛 받으며 그 때에도 말갛게 웃음 터뜨리는
제 자신을 저는 이 곳,
성남시단기청소년쉼터(여자)에 와서 보게 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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